집에서 빨래를 하고 나면 거의 자동으로 하는 행동이 있다.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고, 건조대에 하나씩 널어 놓는다. 수건은 수건대로 펼치고, 티셔츠는 옷걸이에 걸고, 바지는 허리 부분을 벌려 말린다. 햇빛이 잘 드는 날이면 창문을 열어 바람까지 통하게 한다.
그리고 그 건조대가 가장 자주 자리 잡는 곳을 생각해 보면 의외로 익숙한 공간이 하나 나온다. 바로 베란다다.
오늘은 한국인들이 빨래를 말릴 때 베란다를 많이 사용 하는 이유에 대해 소개해보겠어요.

정확하게 말하면 오늘날 아파트에서 우리가 흔히 ‘베란다’라고 부르는 공간 가운데 상당수는 건축법상 ‘발코니’에 해당한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여전히 베란다라는 말이 훨씬 익숙하다.
어쨌든 한국 아파트에 살다 보면 빨래건조대가 발코니 한쪽에 놓여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있다.
요즘에는 빨래건조기가 있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한꺼번에 사용할 수 있는 일체형 제품도 나오고, 세탁실에 건조기를 설치하는 집도 많아졌다. 한국소비자원 역시 2018년 의류건조기 품질시험에서 당시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제품들을 대상으로 성능을 비교했고, 2023년에는 1인 가구 증가와 협소한 공간에 설치할 수 있는 소형 의류건조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런데도 집에 가 보면 여전히 건조대가 있다.
왜 그럴까?
왜 한국의 빨래는 오랫동안 베란다와 건조대라는 조합으로 자리 잡았을까?
이 질문은 단순히 “햇빛이 잘 들어서”라고만 설명하기에는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여기에는 한국 아파트의 구조, 발코니라는 공간의 역할, 세탁기가 집 안으로 들어온 과정, 빨래를 자연건조하는 생활습관, 그리고 최근의 건조기 보급까지 여러 가지 변화가 겹쳐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빨래를 말리는 공간이 단순히 ‘남는 공간’을 활용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의 발코니는 오랫동안 집 안과 바깥 사이에 있는 생활공간으로 기능했고, 그 특성 때문에 빨래를 말리는 장소로도 자연스럽게 사용되었다.
그리고 한때는 거실을 넓히기 위해 발코니를 확장하는 것이 유행했지만, 빨래를 말릴 공간은 여전히 필요했다.
결국 한국인의 빨래 문화는 집의 구조가 바뀔 때마다 조금씩 자리를 옮기면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빨래건조대가 베란다에 자리 잡은 것은 ‘바깥과 집 사이의 공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 빨래를 말리는 장소를 생각해 보면 상당히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빨래는 물기가 있다.
젖은 옷을 실내에서 말리면 습기가 생기고, 공간을 차지한다. 여러 사람이 생활하는 거실이나 침실에 빨래를 널어놓으면 동선에도 방해가 된다.
그렇다고 집 밖에 빨래를 널기도 쉽지 않다.
특히 아파트 고층 주거에서는 마당이나 외부 빨래터처럼 빨래를 말릴 공간을 따로 확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가장 적당한 장소가 어디일까?
바로 집과 외부 사이에 있는 발코니다.
발코니는 실내에 연결되어 있으면서 창을 열면 외부의 공기와 햇빛을 받을 수 있다. 즉 빨래를 실내처럼 편하게 관리하면서도 자연건조의 장점을 어느 정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실제로 아파트 발코니의 활용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침실 앞 발코니가 가사작업과 수납 기능을 담당하고 있으며, 가사작업 가운데 하나로 세탁물 건조가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가 지금은 발코니를 거실을 넓히기 위해 없애거나 확장하는 공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원래 발코니에는 여러 생활 기능이 있었다.
빨래를 말리고,
생활용품을 보관하고,
화분을 놓고,
바깥 공기를 받아들이고,
때로는 잠시 쉬는 공간으로도 사용했다.
즉 발코니는 집의 ‘남는 공간’이 아니었다.
집 안에서 하기에는 번거롭고, 집 밖에서 하기에는 불편한 일을 처리하는 완충공간에 가까웠다.
빨래를 말리는 일은 그 성격과 아주 잘 맞았다.
특히 한국의 아파트가 대중화되면서 이 구조가 더욱 익숙해졌다.
한국에서는 아파트가 매우 보편적인 주거형태가 되었고,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으로 전체 주택 가운데 아파트가 63.5%를 차지했다는 연구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구조의 집에서 살게 되면서 비슷한 생활습관도 만들어졌다.
세탁기는 주방이나 다용도실, 발코니 주변에 설치되고, 빨래는 건조대에 널고, 햇빛과 바람을 이용해 말린다.
이렇게 반복되는 행동이 어느 순간 너무 익숙해지면서 ‘한국 아파트의 풍경’이 되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재미있는 변화가 있다.
바로 발코니 확장이다.
앞선 글에서 이야기했듯 2005년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되면서 발코니를 거실이나 침실처럼 실내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관련 연구에서도 이 제도 변화 이후 발코니 확장이 보편화되면서 발코니의 원래 기능이 약해졌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발코니를 확장하면 거실은 넓어진다.
방도 넓어진다.
집은 훨씬 넓어 보인다.
그렇다면 빨래는 어디에서 말릴까?
이때부터 한국 아파트의 빨래 공간은 조금 복잡해진다.
발코니가 사라지거나 실내공간으로 편입되면서 빨래를 말릴 장소를 따로 마련해야 하는 필요성이 생겼다.
그래서 주방 뒤쪽이나 다용도실, 세탁실 등에 세탁기를 배치하고, 작은 공간에 건조대를 펼치는 방식이 나타나기도 했다.
또 일부 집에서는 확장하지 않은 발코니를 빨래 건조와 수납을 위한 공간으로 남겨두기도 했다.
결국 발코니 확장은 집을 넓혀주었지만 동시에 한 가지 질문을 남겼다.
“그런데 빨래는 어디서 말리지?”
이 질문은 한국 주거문화에서 꽤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왜냐하면 빨래를 하는 것과 빨래를 말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탁기는 점점 편리해졌지만, 세탁한 옷을 어떻게 말릴 것인지는 여전히 집의 공간구조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서 빨래건조대는 생각보다 오랫동안 살아남았다.
건조대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식 빨래 공간’의 상징이 되었다
집에 건조대 하나쯤은 꼭 있다.
평소에는 접어 놓았다가 빨래를 널 때 펼친다.
빨래가 많으면 거실 한쪽을 차지하고, 날씨가 좋으면 발코니로 옮긴다. 겨울에는 실내로 들어오기도 하고, 장마철에는 집 안에서 빨래와 함께 며칠씩 생활하기도 한다.
이 모습을 보면 건조대는 참 단순한 물건이다.
특별한 기술도 없고, 전기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빨래를 걸어놓으면 된다.
그런데 바로 그 단순함 때문에 오랫동안 살아남았다.
건조대의 가장 큰 장점은 어디든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빨래 양이 적으면 작게 펼치고, 많으면 크게 펼친다. 날씨가 좋으면 발코니에 놓고, 비가 오면 거실이나 방으로 가져올 수 있다.
특히 한국 아파트의 발코니는 건조대와 궁합이 좋았다.
창을 열면 바람이 통하고, 햇빛이 들어온다.
비가 오면 창을 닫아 어느 정도 보호할 수 있다.
그리고 빨래가 다 마르면 건조대를 접어서 한쪽에 세워둘 수 있다.
공간이 크지 않은 아파트에서는 이런 유연성이 꽤 중요하다.
아파트 발코니 활용에 관한 연구에서도 발코니가 단순한 외부공간이 아니라 세탁물 건조와 같은 가사작업, 수납, 생활공간 등 여러 기능을 수행해 온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한국인의 자연건조 습관에는 단순한 공간 문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빨래를 햇빛과 바람에 말리는 것이 너무 익숙했기 때문이다.
세탁한 옷을 햇빛 아래 널어놓고, 바람에 흔들리는 빨래를 바라보는 장면은 한국의 주거풍경에서 오랫동안 익숙했다.
특히 햇볕이 잘 드는 집을 선호하는 생활문화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집을 고를 때 “해가 잘 들어오는 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빨래가 잘 마르는 것은 어느 정도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햇빛이 잘 들어오면 집이 밝고 쾌적하게 느껴지고, 빨래를 말리기에도 유리하다.
그래서 발코니의 방향과 햇빛은 단순히 전망만을 위한 요소가 아니었다.
생활의 효율과도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 재미있는 변화가 등장한다.
바로 건조기다.
건조기는 한국의 빨래 문화를 상당히 많이 바꾸었다.
예전에는 비가 오면 빨래가 걱정이었다.
장마철에는 빨래가 잘 마르지 않고, 겨울에는 실내에서 빨래를 말려야 했다. 빨래가 많으면 건조대가 거실을 차지했고, 집 안 습도도 신경 써야 했다.
건조기는 이런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해 주었다.
날씨가 좋지 않아도 빨래를 말릴 수 있고, 공간을 차지하는 건조대를 펼치지 않아도 된다.
한국소비자원은 2018년 의류건조기 시험에서 건조시간과 건조도 등을 비교하면서, 의류건조기가 날씨와 관계없이 세탁물을 건조할 수 있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제품으로 소개했다.
2023년에는 소형 의류건조기까지 품질 비교 대상이 되었는데, 한국소비자원은 1인 가구 증가와 협소한 공간에 설치할 수 있는 소형가전에 대한 관심을 배경으로 설명했다.
즉 건조기의 등장은 단순히 새로운 가전제품 하나가 추가된 것이 아니다.
빨래를 말리는 장소를 집의 공간에서 기계 안으로 옮기는 변화이기도 했다.
예전에는 빨래를 어디에 널 것인가가 중요했다.
하지만 건조기가 보편화되면서 질문이 조금 달라졌다.
“건조대를 어디에 펼칠까?”에서
“건조기를 어디에 설치할까?”로 바뀐 것이다.
그렇다고 건조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것도 흥미롭다.
건조기를 사용하더라도 모든 옷을 건조기에 넣는 것은 아니다. 소재에 따라 자연건조가 필요한 옷도 있고, 옷의 형태나 관리방법에 따라 건조대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소비자원 역시 소형 의류건조기 시험에서 고온 열풍 방식 제품의 경우 자연건조보다 의류 수축률이 높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의류의 취급표시를 확인해 건조기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건조기는 건조대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건조 방법 하나를 더 추가한 것에 가깝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집에서 건조대와 건조기가 함께 존재한다.
건조기는 편리한 빨래를 담당하고, 건조대는 섬세한 빨래나 소량의 빨래를 담당한다.
그리고 햇빛이 좋은 날에는 여전히 발코니에 빨래가 널린다.
이렇게 보면 건조대는 단순한 옛날 물건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의 주거공간에 맞춰 계속 살아남은 매우 유연한 생활도구라고 할 수 있다.
베란다에서 건조기로, 다시 새로운 빨래 공간으로
요즘 아파트를 보면 빨래를 말리는 공간도 예전과 상당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발코니에 빨래건조대를 펼치는 것이 너무 당연했다.
하지만 발코니를 확장하면서 거실이 넓어졌고, 세탁실이나 다용도실이 별도로 마련되기도 했다.
그리고 건조기가 들어왔다.
그러면서 빨래를 말리는 공간은 점점 다양해졌다.
어떤 집에서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세로로 쌓아 올린다.
어떤 집에서는 주방 뒤쪽 다용도실에 세탁기를 넣는다.
어떤 집에서는 확장하지 않은 작은 발코니를 빨래 전용 공간으로 사용한다.
또 어떤 집에서는 건조대 하나만으로 모든 빨래를 해결한다.
이렇게 보면 빨래를 말리는 방법은 단순히 개인의 취향 문제가 아니다.
집의 구조와 가전제품의 변화가 함께 만들어내는 생활문화다.
특히 발코니의 의미가 크게 변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때 발코니는 빨래를 말리고 물건을 보관하고 바깥 공기를 받아들이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발코니 확장이 대중화되면서 거실이나 침실의 일부가 되었다. 연구에서도 2005년 발코니 확장 합법화 이후 발코니를 실내공간으로 확장하는 것이 보편화되면서 기존 발코니의 기능이 크게 달라졌다고 분석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발코니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발코니를 자연과 접촉하거나 생활공간으로 활용하는 비율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구에서는 거실과 침실 발코니에서 자연과의 접촉, 생활공간, 실내 환경조절과 관련된 이용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이것은 꽤 재미있는 변화다.
한동안 우리는 발코니를 없애면서 집을 넓혔다.
그런데 이제는 다시 발코니 같은 외부공간의 필요성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빨래를 말리는 기능 역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발코니가 다시 ‘집 안과 바깥을 연결하는 공간’으로 인식되면서 빨래를 말리는 기능도 함께 남아 있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앞으로는 건조기가 더 편리해질 것이고, 세탁과 건조가 한 번에 이루어지는 가전도 계속 발전할 것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세탁과 건조 기능을 하나의 제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체형 제품도 등장하고 있으며, 한국소비자원이 2025년 실시한 대용량 세탁건조기 시험에서도 세탁 후 건조 성능을 별도의 의류건조기와 비교할 정도로 세탁·건조 일체형 제품이 소비자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집에서 건조대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생활도구는 기술이 등장했다고 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편리한 방법이 생겨도 기존 방식이 특정 상황에서 더 편하다면 사람들은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한다.
전자레인지가 있어도 프라이팬을 사용하고, 로봇청소기가 있어도 빗자루가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빨래도 마찬가지다.
건조기는 빠르고 편하다.
하지만 햇빛 좋은 날 빨래를 널어 말리는 것은 여전히 간단하고 자연스럽다.
건조대는 전기를 쓰지 않는다.
원하는 만큼 펼칠 수 있다.
옷감에 따라 자연건조가 필요한 경우에도 유용하다.
그래서 한국의 빨래 문화는 ‘베란다냐 건조기냐’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향보다는 둘이 공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 변화는 한국의 주거문화가 얼마나 생활에 맞춰 움직이는지를 보여준다.
발코니가 있었기 때문에 건조대가 자리 잡았다.
발코니가 확장되자 빨래 공간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건조기가 등장하자 일부 빨래는 기계가 대신 말리게 되었다.
하지만 햇빛과 바람을 이용하는 자연건조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결국 우리가 집에서 빨래를 말리는 방법은 하나의 고정된 방식이 아니다.
집의 크기, 가족의 수, 옷의 종류, 날씨, 가전제품, 주거공간의 구조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
그래서 아파트 발코니에 걸려 있는 빨래 한 줄을 보면 단순한 집안일처럼 보이지만, 조금 다르게 보면 그 안에 한국 주거문화의 변화가 들어 있다.
발코니는 빨래를 말리는 곳이었고, 빨래건조대는 그 공간을 사용하는 가장 간단한 도구였다.
그러다 발코니를 거실로 확장하면서 빨래 공간도 달라졌고, 건조기가 등장하면서 빨래를 말리는 방법 자체가 바뀌었다.
그런데도 햇빛 좋은 날이면 사람들은 다시 건조대를 펼친다.
빨래를 널고, 창문을 열고, 바람이 잘 통하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하나씩 걷어 들인다.
이 장면은 너무 평범해서 문화라고 생각하지 않기 쉽다.
하지만 생활문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이런 평범한 행동에서 한 사회의 주거방식이 잘 드러난다.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아파트라는 비슷한 공간 안에서 빨래를 하고, 발코니에서 말리고, 건조대를 접어 보관하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옆에 건조기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집의 구조는 변하고 가전제품도 변했지만, 결국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다.
빨래를 하고, 잘 말리고, 다시 생활공간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
그 목적을 이루는 방법만 시대에 따라 달라져 온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한국의 어느 아파트 발코니를 바라보면 빨래건조대가 보인다.
어떤 집에는 건조기가 있고, 어떤 집에는 세탁기만 있고, 어떤 집에는 발코니 자체가 거실로 확장되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빨래를 말리는 생활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한국의 주거문화가 변화하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공간은 바뀌고, 가전은 발전하지만 사람의 생활은 그 변화에 맞춰 새로운 방법을 찾아낸다.
한때는 베란다에 건조대를 펼치는 것이 당연했고, 이제는 건조기를 사용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그럼에도 햇빛이 좋은 날 빨래를 널어 말리는 장면이 여전히 익숙한 이유는, 그 방법이 단순하고 편리하며 오랫동안 우리의 집에 잘 맞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아파트 발코니의 빨래건조대는 단순한 살림살이가 아니다.
한국의 아파트와 빨래, 발코니와 가전제품이 함께 만들어낸 아주 평범하지만 꽤 독특한 생활문화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